- 나레이션 지금 저는 동네 약국 카운터 앞에서, 헛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 아빠 콜록, 콜록. fx:zoom · 당김:아빠
- 나레이션 감기는 아이가 걸렸는데 말이죠.
- 나레이션 1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fx:flash · ♪rewind
- 나레이션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동네 소아과에 다녀왔습니다.
- 나레이션 1층 약국에서 약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아이가 제 소매를 잡아당겼어요.
- 아이 아빠, 의사 선생님이랑 약사 선생님이랑 간호사 선생님은 뭐가 달라요?
- 아이 다 하얀 옷 입었는데. 당김:아이
- 나레이션 저는 아주 쉽게 대답했습니다.
- 아빠 의사 선생님이 대장이고, 간호사 선생님은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고, 당김:아빠
- 아빠 약사 선생님은... 약 파는 사람? ♪boing
- 나레이션 그 순간, 약국이 조용해졌습니다. fx:zoom
- 나레이션 약봉투를 들고 계시던 약사 선생님이, 딱 멈추셨거든요. ♪stamp · 당김:약사 선생님
- 아빠 어... 그게... 콜록, 콜록. 당김:아빠
- 나레이션 감기는 아이가 걸렸는데, 기침은 제가 했습니다. ♪dudung
- 약사 선생님 약 나오면 불러 드릴게요. 당김:약사 선생님
- 나레이션 위에서부터 사다리처럼 줄을 세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사다리부터 틀렸어요.
- 나레이션 저는 약 기다리는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휴대폰을 켰습니다.
- 다큐 톤 아빠라는 생물은, 궁지에 몰리면, 약국에서도 검색을 한다. 당김:아빠
- 나레이션 헷갈릴 만합니다. 셋 다 흰 옷을 입고, 셋 다 병원 근처에 있고,
- 나레이션 우리는 셋 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니까요. fx:zoom
- 나레이션 게다가 아까 소아과에서 아이 체온을 재 주신 분.
- 나레이션 당연히 간호사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명찰에는 '간호조무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pop
- 나레이션 둘은 이름만 비슷하지 다른 길이에요. 간호사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국가시험에 붙어 면허를 받고,
- 나레이션 간호조무사는 정해진 교육과정을 마치고, 따로 국가시험을 봐서 자격을 받습니다.
- 나레이션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나 의사의 지도 아래, 간호와 진료를 돕는 일을 맡아요. 동네 의원에서 자주 만나는 분이 간호조무사 선생님인 경우도 많고요.
- 나레이션 이렇게 흰 옷이 여럿이다 보니, 머릿속에 사다리를 하나 그려 놓게 됩니다. 맨 위에 의사, 그 밑에 나머지.
- 나레이션 그런데 이 사람들은 위아래가 아니라, 아픈 사람 한 명을 둘러싼 서로 다른 자리에 가깝습니다.
- 나레이션 그래서 오늘은 딱 하나만 봅니다. 아픈 사람 한 명을 두고, 누가 무엇을 맡는가. fx:zoom
- 나레이션 의사부터. 그날 의사 선생님은 목을 보고, 가슴 소리를 듣고, 몇 가지를 묻고, fx:flash · ♪page
- 나레이션 그리고 '감기네요' 하고 정했습니다.
- 나레이션 어디가 왜 아픈지 판단하는 것. 그리고 거기에 맞는 약을 처방전에 적는 것까지.
- 나레이션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약을 직접 주지 않았죠. 종이 한 장만 줬습니다.
- 나레이션 여기서 처음 갈라집니다. 1240년 무렵,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2세가 좀 특이한 법을 만듭니다. fx:flash · ♪page
- 나레이션 의사는 약국을 같이 하면 안 되고, 약값은 정해진 대로 받으라는 법이었어요.
- 나레이션 진단하는 사람이 약까지 팔면 약을 더 쓰고 싶어질 수도 있고, 틀려도 한 번 더 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 나레이션 우리나라는 훨씬 늦었습니다. 2000년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약을 바로 받거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약을 짓는 일이 흔했어요.
- 나레이션 2000년 7월 의약분업이 시작되면서, 진료와 처방은 병원, 조제는 약국으로 나뉩니다. ♪page
- 나레이션 시작할 때 진통이 컸고, 지금도 평가는 갈립니다.
- 나레이션 그럼 약사는 처방전대로 약만 담아 주는 사람일까요. 약사 선생님이 약을 주기 전에 저한테 물었습니다.
- 약사 선생님 아이 몸무게가 몇 킬로죠? 요즘 다른 약 먹는 거 있어요? 당김:약사 선생님
- 아빠 몸무게가... 어... 당김:아빠
- 나레이션 저는 몸무게에서 막혔습니다. ♪dudung
- 나레이션 어린이 약은 몸무게에 따라 양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사는 이 처방이 이 아이한테 맞는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은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해요.
- 나레이션 처방에 이상한 점이 보이면, 의사에게 물어서 확인한 다음 약을 지어야 한다고 법에도 적혀 있습니다.
- 나레이션 약 파는 사람이 아니라, 두 번째로 보는 눈이었던 거죠.
- 나레이션 약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아이가 계산대 옆 진열대를 가리켰습니다.
- 아이 아빠, 저 약은 종이 없이 그냥 사네요? 당김:아이
- 나레이션 이번엔 대답하기 전에, 약사 선생님 얼굴부터 봤습니다. fx:zoom · 당김:아빠
- 약사 선생님 그건 일반의약품이라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어요. 대신 저한테 물어보고 사는 약이에요. 당김:약사 선생님
- 나레이션 약 상자를 보면 작은 글씨로 둘 중 하나가 적혀 있습니다. '전문의약품' 아니면 '일반의약품'.
- 나레이션 전문의약품은 의사가 진찰하고 처방전을 써 줘야 받을 수 있는 약이고, 일반의약품은 의사의 진찰 없이도 비교적 안전하게 쓸 수 있다고 정해 둔 약입니다.
- 나레이션 그중에서도 몇 가지는 밤에도 살 수 있게 24시간 편의점에 놓여 있습니다.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whoosh
- 나레이션 '안전상비의약품'이라고 하는데, 2026년 지금은 11가지예요.
- 나레이션 두 번째로 갈라지는 건 간호입니다. 1854년, 크림전쟁. fx:flash · ♪page
- 나레이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간호사들을 이끌고 전쟁터의 병원으로 갑니다.
- 나레이션 의사는 치료하고 다음 환자에게 가지만, 환자는 밤새 거기 누워 있죠. 나이팅게일은 밤마다 등불을 들고 병실을 돌았습니다.
- 나레이션 그리고 전부 적었어요. 그 기록으로, 상처보다 병과 나쁜 위생 때문에 죽는 병사가 훨씬 많다는 걸 도표로 그려 보여 줍니다.
- 나레이션 나이팅게일은 통계 도표까지 그렸는데, 저는 우리 아이 몸무게도 몰랐습니다. ♪dudung
- 나레이션 1860년 런던에 간호학교가 생기면서, 간호는 배워서 하는 직업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에 '간호원'이던 이름이 '간호사'로 바뀌었고요.
- 나레이션 간호사의 일은 의사를 돕는 것만이 아닙니다. 환자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이상한 걸 먼저 알아채고 판단하는 것. 이것도 법에 적혀 있어요.
- 나레이션 2025년부터는 간호사의 면허와 일을 따로 정한 간호법도 생겼고요.
- 나레이션 그리고 간호사 안에서도 갈래가 나뉩니다. 경력을 쌓고 따로 공부해서 시험을 통과하면, 한 분야를 깊게 맡는 전문간호사가 됩니다.
- 나레이션 마취, 응급, 중환자, 아동, 호스피스... 분야가 열세 개나 돼요.
- 나레이션 의사가 잠깐 보고 가는 동안에도, 계속 곁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 나레이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나레이션 의사는 병을 정하고, ♪stinger
- 나레이션 약사는 약을 짓고,
- 나레이션 간호사는 곁을 지킵니다.
- 나레이션 그리고 한 사람이 다 하지 않게, 일부러 나눠 놓았습니다.
- 나레이션 그날 밤, 아이 열이 올랐습니다. 저는 체온계를 들고 침대 옆에 앉아서, 낮에 못 한 대답을 다시 했어요.
- 아빠 아까 아빠가 의사 선생님이 대장이라고 했지? 그거 틀린 말이었어. 병원에서는 세 사람이 서로 다른 일을 맡아.
- 아빠 의사 선생님은 어디가 아픈지, 무슨 병인지 정하는 사람이야. 목도 보고, 가슴 소리도 듣고. 그리고 필요한 약을 종이에 적어 줘.
- 아빠 약사 선생님은 그 종이를 받아서 약을 짓는 사람이야. 이 약이 네 몸무게에 맞는지, 다른 약이랑 부딪히지 않는지 한 번 더 확인해.
- 아빠 아까 진열대에 있던 약은 종이 없이도 살 수 있게 정해 둔 약이야. 그래도 약사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사는 거야.
- 아빠 간호사 선생님은 아픈 사람 곁에서 계속 지켜보는 사람이야. 열이 몇 도인지 재고, 적어 두고, 이상하면 제일 먼저 알아채.
- 아빠 한 사람이 다 하면 틀려도 아무도 모르잖아. 그래서 셋이 나눠서, 서로 한 번씩 더 보는 거야.
- 나레이션 아이가 제 손에 든 체온계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 아이 그럼 오늘 밤은 아빠가 간호사 선생님이네요. 당김:아이
- 아빠 응, 오늘 밤만.
- 아이 그럼 까먹지 말고 적어요.
- 나레이션 그날 저는 처음으로 아이 체온을 시간이랑 같이 적어 두었습니다. 밤 9시 반, 38.1도.
- 나레이션 혹시 지금 아이 몸무게, 바로 말할 수 있으세요? 저는 이제 압니다.
- 나레이션 다음 날 아침, 열이 내린 아이가 제 메모를 보더니 또 물었습니다.
- 아이 아빠, 어제 병원에서 옆에 있던 형은 독감이래요. 감기랑 독감은 뭐가 달라요? 독감은 독한 감기예요? 당김:아이
- 아빠 ...약 먹을 시간이다. 약부터 먹자. ♪boing
- 나레이션 다음 편은, 이 질문입니다. 저는 그 전에, 또 검색 좀 하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