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 · 투자 공부 노트

PER·PBR·ROE·EV/EBITDA
— 숫자가 실제로 재고 있는 것

「PER이 낮으니 싸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각 지표는 서로 다른 것을 재는 자이고, 같은 숫자라도 업종과 나라가 다르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문서는 각 지표가 정확히 무엇을 재는지, 종목 선정에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그리고 왜 나라마다 기준이 다른지를 계산으로 확인합니다.

결론을 먼저. 밸류에이션 지표는 「싸다/비싸다」의 근거이지 「오른다」의 근거가 아닙니다. 싼 데는 대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를 가리는 것이 진짜 일입니다. 지표는 질문을 만들어주는 도구이지 답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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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와 그림 위주 — 아이와 함께 보기 좋아요
01 · 출발점

절대 금액으로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에

「주가 5만 원」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비싼지 싼지는 무엇에 대비해서를 정해야 답할 수 있습니다.

🧒 아이 눈높이

사과 한 봉지가 1만 원이야. 비싼 걸까? 알 수 없어. 사과가 세 개 들었으면 비싼 거고, 서른 개 들었으면 싼 거잖아. 그래서 우리는 「한 개당 얼마」로 바꿔서 비교하지.

주식도 똑같아. 「주가 5만 원」만으로는 아무것도 몰라. "그 회사가 1년에 얼마를 버는데?"를 같이 알아야 비싼지 싼지 말할 수 있어. 그래서 만든 게 PER이야 — 「몇 년치 벌이로 회사 값을 다 치르나」.

재는 자가 여러 개인 이유도 간단해. 사과는 개수로 재고, 우유는 부피로 재고, 고기는 무게로 재잖아. 회사도 이익으로 재는 자(PER), 재산으로 재는 자(PBR), 효율로 재는 자(ROE)가 따로 있어.

OVERVIEW · 각 지표는 무엇을 재나

눌러서 비교해보세요. 같은 회사를 다른 자로 재는 것입니다.

이익으로 재기
PER
몇 년치 벌이인가
재산으로 재기
PBR
가진 것 대비 몇 배인가
효율로 재기
ROE
주주 돈을 얼마나 잘 굴리나
PER
이익 대비 가격 — 「몇 년치 벌이로 회사를 살 수 있나」

PER 10배는 지금 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10년이면 원금을 회수한다는 뜻입니다. 가장 널리 쓰이지만 적자 기업에는 쓸 수 없고, 이익이 일시적으로 튀면 숫자가 크게 왜곡됩니다.


02 · PER

PER — 몇 년치 벌이로 이 회사를 살 수 있나

가장 많이 쓰이고, 가장 많이 오해받는 지표입니다.

PER = 주가 ÷ 주당순이익(EPS) = 시가총액 ÷ 순이익
이익수익률 = 1 ÷ PER — 「이 회사를 사면 연 몇 %를 버는 셈인가」
🧒 아이 눈높이

떡볶이 가게를 통째로 1억 원에 판대. 그 가게가 1년에 1천만 원을 번다면, 10년이면 본전이지? 이 10년이 PER이야.

그럼 PER이 낮을수록 무조건 좋을까? 아니야. 왜 어떤 가게는 5년이면 본전인데 아무도 안 살까? 내년에 손님이 확 줄 것 같으니까 그런 거야. 반대로 20년이나 걸리는 가게를 사람들이 사겠다고 줄 서는 이유는? 내년에 열 배로 벌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PER은 「지금 얼마 버나」와 「앞으로 얼마 벌 것 같나」가 합쳐진 숫자야. 낮으면 싼 게 아니라 사람들이 미래를 안 좋게 본다는 뜻일 수도 있어.

CALCULATOR · PER과 이익수익률

PER의 역수가 이익수익률입니다. 이걸 국채 금리와 비교하면 「주식이 채권보다 매력적인가」를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5배 30배 55배 PER → 20% 0% 국채 금리
15배
3.5%
이익수익률6.67%
국채 대비+3.17%p
원금 회수까지15년이익이 그대로라면
해석
이익 대비 보상이 국채보다 큽니다

주식은 위험자산이므로 국채보다 더 줘야 살 이유가 생깁니다. 그 차이를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라고 부릅니다.

PER이 높다 = 비싸다가 아닌 이유

PER은 「현재 이익」 대비 가격입니다. 그런데 주가는 미래 이익을 보고 매겨집니다. 그래서 내년에 이익이 두 배가 될 회사는 지금 PER이 40배여도 내년 기준으로는 20배가 됩니다. 성장주의 PER이 높은 건 이 때문이고, 그 성장이 실현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비싼 게 됩니다.

후행 PER과 선행 PER

후행(trailing) PER은 이미 발표된 지난 4분기 이익으로 계산합니다. 사실이지만 과거입니다. 선행(forward) PER은 애널리스트들의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로 계산합니다. 더 유용하지만 전망이 틀리면 같이 틀립니다. 뉴스에 「PER 12배」라고 나올 때 어느 쪽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PER을 쓸 수 없는 경우

① 적자 기업 — 분모가 음수라 의미가 없습니다. ② 이익이 크게 출렁이는 기업 — 반도체·해운·정유 같은 경기민감 업종은 이익이 정점일 때 PER이 가장 낮아 보입니다. 이걸 「싸다」로 읽는 것이 대표적인 함정입니다. ③ 일회성 이익이 섞인 경우 — 부동산을 팔아 생긴 이익 때문에 PER이 낮아 보일 수 있습니다.


03 · PBR

PBR — 가진 재산 대비 몇 배에 팔리나

그리고 PBR·PER·ROE 세 지표가 사실은 하나의 식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

PBR = 주가 ÷ 주당순자산(BPS) = 시가총액 ÷ 자본
PBR = PER × ROE — 세 지표는 독립적이지 않습니다
🧒 아이 눈높이

떡볶이 가게를 지금 당장 정리한다고 해보자. 솥이랑 그릇이랑 남은 재료를 다 팔고 빚을 갚으면 5천만 원이 남는대. 이게 그 가게의 순자산이야.

그런데 이 가게가 시장에서 1억 원에 거래되고 있어. 재산은 5천만 원인데 값은 1억이니까 2배지? 이게 PBR이야. 사람들이 「이 가게는 재산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야 — 장사를 잘하니까.

그럼 PBR이 1보다 작으면? "이 가게는 지금 당장 정리하는 게 계속 하는 것보다 낫다"고 시장이 보고 있다는 뜻이야. 좀 무서운 이야기지.

SIMULATOR · PBR = PER × ROE

세 지표는 수학적으로 묶여 있습니다. 두 개를 정하면 나머지 하나는 자동으로 결정됩니다. 직접 확인해보세요.

12배
10%
PER
12배
× ROE
10%
= PBR
1.20배
해석
PBR은 「ROE가 얼마나 좋은가」의 결과입니다

ROE를 낮춰보세요. PER이 그대로여도 PBR이 1 아래로 내려갑니다. 즉 PBR이 낮은 회사는 대체로 ROE가 낮은 회사입니다.

PBR 1배 미만이 왜 생기나

위 식에서 답이 나옵니다. PBR = PER × ROE이므로, ROE가 낮으면 PBR도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ROE 5%에 PER 12배면 PBR은 0.6배입니다.

즉 PBR 1배 미만은 시장이 「이 회사는 주주 돈을 받아서 자본비용만큼도 못 벌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재산이 많아도 그 재산으로 돈을 못 벌면 시장은 할인해서 값을 매깁니다.

PBR이 특히 유용한 곳과 위험한 곳

유용한 곳 — 은행·보험 같은 금융업입니다. 자산 대부분이 금융자산이라 장부가치가 실제 가치에 가깝고, 이익이 출렁여도 자본은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적자 기업에도 쓸 수 있다는 것이 PER 대비 장점입니다.

위험한 곳 — 자산 대부분이 사람·브랜드·기술인 회사입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진짜 자산은 개발자와 코드인데 장부에는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PBR이 10배, 20배로 나오는데 그게 「비싸다」는 뜻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 자를 대면 안 되는 회사인 것입니다.

또 하나 — 장부가치가 진짜인지도 봐야 합니다. 팔리지 않는 재고, 회수 못 할 매출채권, 옛날 가격으로 잡힌 부동산이 모두 「자산」으로 적혀 있습니다.


04 · ROE

ROE — 주주 돈으로 얼마나 잘 버나

그리고 같은 ROE 20%도 세 가지 전혀 다른 경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ROE = 순이익 ÷ 자기자본
듀폰 분해: ROE = 순이익률(순이익÷매출) × 자산회전율(매출÷자산) × 재무레버리지(자산÷자본)
🧒 아이 눈높이

친구 셋이 각각 100만 원으로 장사를 해서 똑같이 20만 원을 벌었어. ROE는 셋 다 20%야. 그런데 방법이 완전히 달라.

A는 명품 가방을 팔아. 한 개 팔 때마다 많이 남겨. (높은 이익률)
B는 편의점을 해. 하나당 조금 남지만 엄청 많이 팔아. (높은 회전율)
C는 은행에서 400만 원을 빌려서 500만 원으로 장사했어. (높은 레버리지)

셋 중 누가 제일 위험할까? C야. 장사가 조금만 안돼도 빌린 돈 때문에 무너져. ROE 숫자만 보면 셋이 똑같은데, 속을 뜯어봐야 진짜가 보여.

DUPONT · 같은 ROE, 다른 속사정

세 회사 모두 ROE가 20%입니다. 버튼을 눌러 무엇이 그 ROE를 만들었는지 확인하세요.

순이익률
20.0%
자산회전율
0.77회
재무레버리지
1.30배
ROE (세 값의 곱)20.0%
부채비율30%
A · 고마진형
파는 것마다 많이 남기는 회사

순이익률 20%가 ROE를 만들었습니다. 브랜드나 기술로 가격 결정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부채도 적어 가장 튼튼한 형태입니다. 다만 이런 마진은 경쟁자가 들어오면 깎이므로 그 방어막이 얼마나 오래갈지가 관건입니다.

ROE를 볼 때 확인할 것

① 지속되는가. 한 해 반짝 높은 ROE는 의미가 적습니다. 5년 이상 꾸준히 두 자릿수를 유지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② 어디서 왔는가. 위 듀폰 분해입니다. 레버리지로 만든 ROE는 불황에 가장 먼저 무너집니다.

③ 자본이 줄어서 오른 건 아닌가. ROE는 분모가 자기자본입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대량 매입해 소각하면 자본이 줄어 ROE가 올라갑니다. 이익이 늘지 않아도 숫자는 좋아집니다 — 나쁜 일은 아니지만 「장사를 더 잘하게 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ROE와 자본비용

회사가 주주에게 요구받는 최소 수익률을 자본비용이라고 합니다. ROE가 자본비용보다 낮으면 그 회사는 사업을 할수록 주주 가치를 깎아먹고 있는 셈입니다. 앞 장에서 본 PBR 1배 미만이 바로 이 상태를 시장이 가격에 반영한 결과입니다.


05 · EV/EBITDA

EV/EBITDA — 빚까지 포함한 「진짜 인수 가격」

PER이 놓치는 것을 잡아주는 지표입니다. 대신 이것만의 함정도 있습니다.

EV(기업가치) = 시가총액 + 순부채(총차입 − 현금)
EBITDA = 영업이익 + 감가상각비 — 「현금이 실제로 얼마나 들어오나」의 근사치
EV/EBITDA = 이 회사를 빚까지 떠안고 통째로 사면 몇 년이 걸리나
🧒 아이 눈높이

떡볶이 가게를 1억 원에 판다고 해. 그런데 계약서를 읽어보니 가게가 진 빚 5천만 원도 네가 갚아야 한대. 그럼 실제로 네가 내는 돈은 얼마야? 1억 5천만 원이지.

반대로 가게 금고에 현금 3천만 원이 들어 있고 그것도 네 거라면? 실제 부담은 7천만 원이야.

진짜 가격 = 가게 값 + 빚 − 현금. 이게 EV야. PER은 가게 값만 보지만, EV는 빚까지 본다는 게 핵심 차이야.

SIMULATOR · 빚이 많으면 PER과 EV/EBITDA가 갈립니다

시가총액 1,000억, 영업이익 150억, 감가상각비 50억, 현금 100억인 회사입니다. 차입금만 움직여보세요.

200억
시가총액
1,000억
+ 순부채
100억
= 기업가치(EV)
1,100억
PER (참고)—
EV/EBITDA5.5배
이자보상배율—
해석
차입금을 늘려보세요

시가총액은 그대로인데 EV만 커집니다. 「주식만 사면 싸 보이는데 회사를 통째로 사면 비싼」 상황이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EV/EBITDA가 유용한 경우

① 부채 구조가 크게 다른 회사를 비교할 때. PER은 이자비용이 반영된 순이익 기준이라 부채가 많은 회사가 불리하게 나옵니다. EV/EBITDA는 자본구조와 무관하게 비교합니다.

② 감가상각이 큰 산업. 통신·방송·항공·반도체처럼 설비 투자가 거대한 업종은 회계상 감가상각 때문에 순이익이 작게 나옵니다. EBITDA는 그걸 되돌려 현금 창출력을 봅니다.

③ 인수합병 관점. 실제로 회사를 통째로 사는 사람의 시각과 가장 가깝습니다.

EBITDA의 함정 — 감가상각은 진짜 비용입니다

EBITDA는 감가상각을 「현금이 안 나가니까」 되돌려 더합니다. 그런데 설비는 실제로 낡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몇 년마다 수조 원을 다시 투입해야 하고, 그 돈은 진짜로 나갑니다.

그래서 EBITDA가 커 보여도 그 돈의 대부분이 설비 유지에 다시 들어가는 회사가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EBITDA를 비판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확인하려면 영업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CAPEX)을 뺀 잉여현금흐름(FCF)을 함께 보면 됩니다.


06 · 나머지

자주 마주치는 다른 지표들

언제 쓰는 자인지만 알아두면 충분합니다.

지표계산무엇을 재나언제 쓰나주의
PSR 시가총액 ÷ 매출 매출 대비 가격 적자 성장기업. 이익이 없어 PER을 못 쓸 때 매출은 있는데 영원히 흑자가 안 될 수도 있음
PCR 주가 ÷ 주당 영업현금흐름 실제 현금 대비 가격 회계 이익이 의심스러울 때 투자로 나가는 돈은 반영 안 됨
PEG PER ÷ 이익성장률 성장 대비 PER이 적정한가 성장주끼리 비교할 때. 1 이하면 매력적이라고들 함 성장률 전망이 틀리면 전부 무의미
배당수익률 주당배당금 ÷ 주가 보유만으로 받는 현금 배당주·은퇴 자금 주가가 떨어져서 높아진 것일 수 있음
FCF 수익률 잉여현금흐름 ÷ 시가총액 진짜 남는 현금 대비 가격 가장 왜곡이 적은 지표 중 하나 투자 확대기에는 일시적으로 나빠 보임
부채비율 부채 ÷ 자기자본 재무 안정성 모든 종목의 기본 확인 업종마다 정상 범위가 완전히 다름
← 표를 옆으로 밀어보세요 →

지표를 늘린다고 정확해지지 않습니다. PER·PBR·ROE는 앞서 봤듯 하나의 식으로 묶여 있고, 나머지도 대부분 같은 재무제표를 다르게 자른 것입니다. 다섯 개가 다 좋아 보인다고 해서 근거가 다섯 배가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성격이 다른 정보를 합치세요 — 밸류에이션(가격) + 사업의 질(경쟁력·산업 구조) + 재무 안정성(빚) + 지배구조(주주를 대하는 태도).


07 · 국가별 차이

왜 나라마다 인정받는 배수가 다른가

같은 이익을 내는 회사인데 어느 나라에 상장했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 아이 눈높이

똑같이 1년에 1천만 원 버는 떡볶이 가게가 두 동네에 있어. 그런데 A동네 가게는 2억에 팔리고 B동네 가게는 8천만 원에 팔려. 왜 그럴까?

A동네는 사장님이 번 돈을 주인들에게 잘 나눠줘. B동네는 사장님이 돈을 쌓아두고 안 나눠주고, 심지어 잘되는 메뉴만 떼어 새 가게를 차려서 원래 주인들을 서운하게 한 적이 있어. 게다가 B동네는 옆 동네와 사이가 안 좋아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그러니까 같은 돈을 벌어도 "내가 그 몫을 실제로 받을 수 있나"가 다르면 값이 달라져. 이게 나라마다 배수가 다른 진짜 이유야.

COMPARE · 시장을 눌러 이유를 확인하세요

아래 값은 대체로 관찰되어 온 경향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 수준입니다. 정확한 수치는 시점에 따라 계속 바뀝니다.

높음 0 PER PBR ×10
🇺🇸 미국
가장 높은 배수를 인정받는 시장

이유를 눌러서 확인하세요.

배수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인

① 주주환원. 번 돈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입니다. 같은 이익이라도 내 손에 실제로 오는 몫이 크면 더 비싸게 쳐줍니다. 미국 기업의 주주환원율이 높은 것이 높은 배수의 큰 부분을 설명합니다.

② 지배구조와 소액주주 보호. 대주주가 일반 주주와 이해를 같이하는가입니다. 알짜 사업부를 떼어 따로 상장하거나(물적분할), 대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의 증자를 반복하면 「내 몫이 안전하지 않다」는 할인이 붙습니다.

③ 산업 구성. 시장 전체의 배수는 어떤 회사들이 모여 있느냐로도 결정됩니다. 소프트웨어·플랫폼 비중이 큰 시장은 자연히 배수가 높고, 경기민감 제조업·조선·화학 비중이 크면 낮습니다. 이건 「할인」이 아니라 구성의 차이입니다.

④ 성장률과 자본비용. 성장이 빠르면 미래 이익이 크므로 지금 배수가 높아도 정당화됩니다. 반대로 금리가 높고 위험이 크다고 평가되는 시장은 요구수익률이 높아 배수가 낮아집니다.

⑤ 지정학·제도 리스크. 안보 리스크, 갑작스러운 규제 변화, 회계 신뢰도 문제 등은 모두 할인 요인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 증시가 다른 시장보다 낮은 배수에 거래되어 온 현상을 이렇게 부릅니다. 위 다섯 요인 중 주주환원·지배구조·산업 구성·지정학이 함께 거론됩니다.

중요한 건 이게 「저평가라서 곧 오른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할인에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해소되기 전까지 할인은 유지됩니다. 실제로 이 논의는 수십 년째 이어져 왔습니다.

다만 변화도 있습니다. 일본 거래소가 PBR 1배 미만 기업에 개선 계획을 요구하고, 한국에서도 기업 가치 제고를 유도하는 정책 논의가 이어지는 등 제도적으로 ②·①을 바꾸려는 시도가 진행돼 왔습니다. 이런 변화가 실제 배수로 이어지는지는 기업의 실제 행동이 바뀌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실전에서의 결론. 다른 나라 기업과 PER을 직접 비교하지 마세요. 「미국 동종업체는 PER 25배인데 이 한국 회사는 10배니까 싸다」는 논리는 위 다섯 요인을 전부 무시한 것입니다. 비교는 같은 시장, 같은 업종 안에서 하고, 그다음 그 회사의 과거 자신과 비교하세요.


08 · 업종별 차이

업종이 다르면 아예 다른 자를 써야 합니다

은행에 PER을 대고 소프트웨어에 PBR을 대는 것은 고기를 부피로 재는 것과 같습니다.

SECTOR · 업종을 눌러보세요

각 업종에서 주로 보는 지표와 대략적인 통상 범위, 그리고 왜 그런지를 정리했습니다.

주로 보는 지표
PBR · ROE
장부가치가 실제에 가까움
통상 범위 (대략)
PBR 0.3~1.0배
ROE 수준에 연동
쓰면 안 되는 자
EV/EBITDA
부채가 곧 영업 재료라 무의미
은행·보험
PBR과 ROE로 봅니다

자산 대부분이 대출·채권 같은 금융자산이라 장부가치가 실제 가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PBR이 잘 작동합니다.

범위 숫자에 대하여. 위 「통상 범위」는 업종 간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대략적인 값입니다. 실제 수치는 국가·시점·개별 기업에 따라 크게 다르므로, 판단할 때는 반드시 그 시점의 동종업계 실제 데이터와 비교하세요.

09 · 가치 함정

저PER 종목을 사면 되는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이고, 그 이유가 이 문서의 결론입니다.

🧒 아이 눈높이

문방구에서 지우개가 100원에 팔려. 옆 가게에서는 500원인데! 싸다! 그런데 사기 전에 물어볼 게 있어. "왜 싸지?"

이유가 "주인아저씨가 이사 가셔서 정리하는 중"이면 진짜 싸게 사는 거야. 그런데 "그 지우개는 잘 안 지워져서 아무도 안 사"라면? 100원도 비싼 거지.

주식도 똑같아. 싼 데는 항상 이유가 있어. 그 이유가 곧 사라질 이유인지 계속될 이유인지를 알아내는 게 전부야. 아래 네 회사를 진단해보자.

DIAGNOSE · 네 회사 모두 PER 6배입니다

숫자만 보면 다 싸 보입니다. 하지만 싼 이유가 전부 다릅니다.

PER
6배
ROE
18%
부채비율
45%
3년 이익 추세
증가
A사
진단 중…

저PER 전략은 실제로 통했나

학계에서 「밸류 팩터」는 오랫동안 연구된 주제이고, 장기간에 걸쳐 저평가 종목군이 초과수익을 냈다는 연구가 다수 있습니다. 동시에 수년, 길게는 십 년 넘게 시장을 밑도는 구간이 반복적으로 존재했다는 것도 함께 관찰됩니다.

중요한 건 이 전략이 「개별 종목을 고르는 방법」이 아니라 「수백 종목을 기계적으로 담는 방법」으로 연구됐다는 점입니다. 저PER 종목 세 개를 골라 사는 것과, 저PER 종목 300개를 통째로 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개별 종목에서는 가치 함정 하나가 전체를 망칠 수 있습니다.

싼 이유를 가르는 질문 세 가지

① 이익이 지속 가능한가. 지금의 이익이 일회성이거나 업황 정점의 결과는 아닌지. 경기민감 업종은 PER이 가장 낮을 때가 가장 위험한 시점입니다.

② 사업이 구조적으로 쇠퇴 중인가. 산업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면 싼 상태가 영원히 유지될 수 있습니다.

③ 번 돈이 나에게 오는가. 이익은 나는데 배당도 없고 자사주도 안 사고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결정을 반복한다면, 그 이익은 내 것이 아닙니다. 이 경우 낮은 PER은 시장의 정당한 평가입니다.


10 · 정리

지표를 볼 때의 순서

지표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주는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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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표가 잘하는 일
  • 후보를 좁혀준다. 수천 종목에서 살펴볼 대상을 추리는 데 유용합니다.
  • 질문을 만들어준다. "왜 이 회사만 유독 싼가?"
  • 과열을 알려준다. 역사적 범위를 크게 벗어난 배수는 그 자체로 정보입니다.
  • 비교의 언어가 된다. 같은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줍니다.
◤ 지표가 못하는 일
  • 오를지 알려주지 않는다. 싸다는 것과 오른다는 것은 다릅니다.
  • 사업의 질을 담지 못한다. 경쟁력·경영진·산업 구조는 숫자 밖에 있습니다.
  • 미래를 담지 못한다. 전부 과거 재무제표에서 나온 값입니다.
  • 시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싼 종목은 더 싸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표를 배우면 「싸다」는 판단을 내리기가 쉬워집니다. 그런데 시장에는 같은 숫자를 훨씬 빠르고 정교하게 보는 사람들이 이미 가득합니다. 그들이 다 보고도 안 사서 그 가격인 것이라면,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가능성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반복되는 원칙은 여기서도 같습니다 — 이해하지 못한 것을, 남의 말을 듣고, 감당 못 할 금액으로 사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