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은행 없이 돈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이더리움은 「은행 없이 무엇이든 자동으로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 확장 덕분에 토큰·NFT·DeFi 같은 것들이 태어났고, 동시에 코인 시장의 사고 대부분이 벌어지는 무대도 여기가 됐습니다.
둘 다 블록체인이지만, 블록에 무엇을 적을 수 있느냐가 다릅니다.
계산기는 더하기 빼기만 할 수 있어. 아주 잘하지만 그것만 해. 비트코인이 그래 —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보냈다」만 적을 수 있어.
컴퓨터는 달라. 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틀 수 있지. 프로그램을 넣으면 그걸 하는 기계니까. 이더리움이 그래 — 블록에 「돈」 말고 「프로그램」도 적을 수 있어.
그래서 이더리움 위에는 수만 개의 프로그램이 올라가 있어. 은행 흉내를 내는 것, 게임, 그림 소유권을 기록하는 것… 전부 이 하나의 컴퓨터 위에서 돌아가.
대신 문제도 생겨. 컴퓨터에는 바이러스가 생기잖아. 프로그램에 실수가 있으면? 그게 다음 이야기야.
눌러서 비교하세요.
| 비트코인 | 이더리움 | |
|---|---|---|
| 목표 | 은행 없는 송금 | 중개자 없는 실행 |
| 블록에 적는 것 | 거래 내역 | 거래 내역 + 프로그램과 그 상태 |
| 비유 | 계산기 · 금고 | 컴퓨터 · 운영체제 |
| 코인의 역할 | 그 자체가 목적 (가치 저장) | 연료 — 프로그램을 돌리는 수수료 |
| 발행 정책 | 2,100만 개 상한, 반감기 | 상한 없음. 대신 수수료 일부 소각 |
| 합의 방식 | 작업증명 (채굴) | 지분증명 (2022년 전환) |
| 바꾸기 | 거의 안 바꿈 (보수적) | 자주 바꿈 — 장점이자 위험 |
이더리움은 스스로를 「세계 컴퓨터」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 수만 대의 컴퓨터가 똑같은 프로그램을 똑같이 실행하고 결과를 대조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엄청나게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같은 계산을 수만 번 중복합니다. 성능만 놓고 보면 1980년대 컴퓨터보다도 느립니다.
그럼 왜 이렇게 만들까요? 속도를 얻으려는 게 아니라 「아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성질을 얻으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성질이 필요 없다면 보통 서버가 압도적으로 낫습니다. 앞 편의 트릴레마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름에 「계약」이 들어 있지만, 법률 문서가 아니라 프로그램입니다.
자판기를 생각해봐. 1,000원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음료수가 나와. 여기에 사람이 필요해? 없지. 규칙이 기계 안에 들어 있어서 알아서 실행돼.
그리고 자판기는 봐주는 법이 없어. 900원만 넣고 "한 번만 봐주세요" 해도 안 나와. 기분도 없고, 실수도 없고, 마음이 바뀌지도 않아.
스마트 컨트랙트가 딱 이거야. 「이런 조건이면 이렇게 한다」를 미리 적어두면, 조건이 맞는 순간 자동으로 실행돼. 아무도 막을 수 없고, 만든 사람조차 못 막아.
좋아 보이지? 그런데 규칙을 잘못 적었으면 어떻게 될까? 자판기가 1,000원 넣었는데 음료수를 전부 다 쏟아내게 만들어졌다면? 그것도 못 막아. 이게 이 편의 반대쪽 이야기야.
「음료수 자판기」 컨트랙트입니다. 규칙은 이미 정해져 있고 아무도 바꿀 수 없습니다. 조건을 바꿔가며 실행해보세요.
조건이 맞으면 자동으로 실행되고, 안 맞으면 전부 되돌아갑니다. 중간은 없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의 중요한 성질입니다. 실행 도중 어디선가 실패하면 그때까지 한 일이 전부 취소됩니다. 돈만 나가고 물건은 안 오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이걸 원자성이라고 부르고, 여러 단계를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금융 거래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A를 B로 바꾸고, B를 담보로 C를 빌리고, C로 D를 산다」를 한 거래에 묶으면, 중간에 하나라도 실패하면 처음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름이 오해를 만듭니다. 똑똑하지 않습니다 — 적힌 대로만 합니다. 그리고 법적 계약이 아닙니다 — 분쟁이 생겨도 법원이 아니라 코드가 결론입니다.
「Code is law(코드가 곧 법)」라는 표현이 여기서 나옵니다. 멋있게 들리지만 무서운 말이기도 합니다 — 코드에 버그가 있으면 그 버그가 곧 법이 됩니다. 7장에서 실제 사례를 봅니다.
이더리움을 쓸 때 매번 돈이 나가는 이유입니다.
전 세계 컴퓨터가 내 프로그램을 대신 돌려주는 거잖아. 공짜로 해줄 리가 없지. 그래서 계산한 만큼 요금을 내야 해. 그게 가스비야.
왜 「가스(연료)」라고 부를까? 자동차가 멀리 갈수록 기름을 많이 쓰는 것처럼, 프로그램이 복잡할수록 가스를 많이 쓰거든. 단순 송금은 조금, 복잡한 거래는 많이.
그리고 사람이 몰리면 비싸져. 블록에 들어갈 자리는 정해져 있는데 서로 먼저 넣으려 하니까, 더 많이 내는 사람이 먼저 들어가. 명절 기차표랑 똑같아.
이것 때문에 웃픈 일이 생겨 — 5천 원짜리 거래를 하는데 수수료가 5만 원인 상황.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야.
가스비 = 작업의 복잡도 × 그 시점의 혼잡도. 두 손잡이를 움직여보세요.
2021년의 규칙 변경 이후, 가스비 중 기본 수수료 부분은 검증자에게 가지 않고 소각됩니다. 즉 네트워크가 붐빌수록 이더가 더 많이 사라집니다.
여기에 지분증명 전환으로 신규 발행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겹치면서, 소각량이 발행량을 넘어 총량이 줄어드는 구간이 생기게 됐습니다. 앞 편(03 · 채굴)에서 「상한이 없어도 무한정 늘지 않는다」고 한 것이 이 이야기입니다.
가스비가 비싸다는 문제를 풀기 위해 나온 것이 레이어2입니다. 「거래를 밖에서 잔뜩 처리하고, 결과만 모아서 메인 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수수료가 크게 싸집니다. 대신 그 「밖」이 얼마나 믿을 만한가라는 새 질문이 생깁니다. 레이어2마다 안전성 설계가 다르고, 자금을 메인 체인으로 빼내는 데 시간이 걸리거나 제약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실 하나가 코인 시장의 성격을 결정했습니다.
이더리움 위에서는 누구나 자기 코인을 만들 수 있어. 어려운 일도 아니야. 정해진 양식이 있어서 이름과 개수만 정하면 끝이야. 10분이면 만들어.
이게 좋은 점도 있어. 진짜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은행 허락 없이도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쁜 점이 훨씬 커.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도 10분이면 만들 수 있거든.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람들이 사게 한 다음 사라지는 거야.
그래서 「이 코인은 이더리움 기반입니다」는 아무 보증이 아니야. 「이 문서는 워드로 만들었습니다」와 똑같은 말이야. 도구가 같을 뿐, 내용은 전혀 다른 문제야.
「이더리움 기반」이라는 말이 왜 아무 의미가 없는지, 그리고 대신 무엇을 봐야 하는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구분. 이더리움(ETH)과 이더리움 위에 올라간 토큰은 완전히 다릅니다. ETH는 네트워크의 연료이고 발행 규칙이 프로토콜에 있습니다. 반면 토큰은 누군가 만든 프로그램일 뿐이고, 그 사람이 정한 규칙대로 움직입니다.
주식으로 치면 거래소와 그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의 차이입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됐다」가 그 회사의 품질을 보증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 다만 코인 쪽은 상장 심사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장 많이 오해받은 개념이라, 정확히 무엇을 사는 것인지부터 정리합니다.
토큰은 보통 다 똑같아. 내 1비트코인이랑 네 1비트코인은 구별할 수 없어. 천 원짜리 지폐처럼.
그런데 하나하나가 다른 토큰도 만들 수 있어. 1번, 2번, 3번… 번호가 붙어서 서로 바꿀 수 없는 거지. 그게 NFT야.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는 이름이 그 뜻이야.
여기서 아주 중요한 게 있어. 그림 파일이 블록체인 안에 들어 있는 게 아니야. 대개는 「이 그림이 있는 주소」와 「이건 3번 것」이라는 기록만 들어 있어.
그러니까 NFT를 산다는 건 「내가 3번 소유자」라는 기록을 사는 것이지, 그림 파일 자체를 사는 게 아니야. 그림은 여전히 누구나 복사할 수 있어.
항목을 눌러 실제로 무엇이 이전되고 무엇은 아닌지 확인하세요.
NFT는 매우 빠르게 부풀고 매우 빠르게 꺼졌습니다. 한때 수억 원에 거래되던 것들이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주식 트랙의 버블 6단계가 압축된 형태로 재현된 사례로 볼 만합니다.
그럼 기술 자체가 무의미했을까요?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디지털 물건에 소유권과 이전 기록을 붙인다」는 발상은 게임 아이템, 티켓, 증명서 같은 곳에서 계속 시도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림 소유권을 사고파는 시장」이라는 형태로는 대체로 실패했다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 유행했던 논리들 — 「커뮤니티」, 「유틸리티」, 「로드맵」 — 은 지금 다른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실제로 가장 크게 쓰인 분야입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사람을 만나고, 서류를 내고, 심사를 기다려야 해. DeFi는 그걸 전부 프로그램이 해.
방법은 이래. 「내 코인을 맡길게. 대신 그보다 적은 금액을 빌려줘.」 맡긴 게 빌린 것보다 많으니까 심사가 필요 없어. 못 갚으면 맡긴 걸 가져가면 되거든.
그런데 여기 무서운 부분이 있어. 맡긴 코인의 값이 떨어지면? 담보가 부족해지지. 그러면 프로그램이 기다려주지 않고 즉시 팔아버려. 이걸 청산이라고 해.
사람이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할 수 있는데, 프로그램은 봐주지 않아. 새벽 3시에도 정확히 그 순간 실행돼. 아래에서 직접 해보자.
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립니다. 그다음 코인 값이 변하면 어떻게 되는지 봅니다.
① 교환(DEX). 사람 대신 수식이 가격을 정합니다. 주문장 없이 「풀에 든 두 자산의 비율」로 값이 결정되는 방식이 널리 쓰입니다. 누구나 거래할 수 있지만, 큰 금액을 바꾸면 가격이 크게 밀립니다 — 주식 트랙의 호가창 편에서 본 슬리피지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② 대출. 위 시뮬레이터가 이것입니다. 초과담보가 기본이라 「신용」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③ 스테이킹·이자 농사. 코인을 맡기고 보상을 받습니다. 「연 100%」 같은 숫자가 흔한데, 그 보상이 새로 찍어낸 토큰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희석으로 이자를 주는 구조라, 토큰 값이 떨어지면 실질 수익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주식 트랙의 커버드콜 장에서 다룬 것과 정확히 같은 함정이 있습니다. 높은 표시 수익률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봐야 합니다.
진짜 사용자들이 낸 수수료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지속 가능합니다. 새로 발행한 토큰으로 주는 것이라면 그건 이자가 아니라 희석된 지분을 나눠 갖는 것이고, 참여자가 줄면 무너집니다.
「코드가 곧 법」의 대가를 치른 사례들입니다.
유형이 다릅니다. 기술 문제, 설계 문제, 사람 문제가 각각 있습니다.
2016년, 이더리움 위에 만들어진 대형 펀드 성격의 컨트랙트에서 코드의 허점이 발견돼 막대한 금액이 빠져나갔습니다. 여기서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전례 없는 결정을 합니다 — 장부를 되돌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 결정에 반대한 사람들은 원래 장부를 그대로 유지했고, 그래서 체인이 둘로 갈라졌습니다. 지금의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입니다.
이 사건이 남긴 질문이 무겁습니다 —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였는데, 그걸 되돌렸다면 무엇이 남는가? 반대로 「명백한 도난을 그대로 두는 게 옳은가?」 양쪽 다 일리가 있고, 지금도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많은 프로젝트가 「보안 감사 완료」를 내세웁니다. 이건 도움이 되지만 보증은 아닙니다. 감사를 받고도 털린 사례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감사는 「알려진 유형의 문제가 없는지 살펴봤다」는 뜻이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리고 감사 이후에 코드를 바꾸면 그 감사는 무의미해집니다.
솔직하게 — 어떤 곳에서는 그렇고, 대부분의 곳에서는 아닙니다.
이 편에서 배운 것을 투자 판단으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① 「블록체인을 쓴다」는 그 자체로 가치가 아닙니다. 「왜 굳이 블록체인이어야 하는가」에 답이 없으면, 그건 대개 기술을 마케팅에 쓴 것입니다.
② 토큰이 꼭 필요한 구조인지 물어보세요. 서비스는 좋은데 토큰이 없어도 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런 토큰은 가치가 쌓일 곳이 없습니다.
③ 수익률의 출처를 확인하세요. 수수료에서 나오는지, 새로 찍은 토큰에서 나오는지.
④ 되돌릴 수 없다는 성질을 리스크로 계산하세요. 주소 하나, 승인 한 번, 클릭 한 번의 실수가 전액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편의 요약. 스마트 컨트랙트는 「조건이 맞으면 사람 개입 없이 실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성질이 중개자 없는 금융을 가능하게 했고, 동시에 버그도 사기도 되돌릴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을 비롯한 주요 코인들이 각각 무엇을 하려고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 많던 알트코인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