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를 산다는 것은 대체로 실물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몇 월에 이 값으로 주고받기로 하는 약속」을 사는 것입니다. 그 약속에는 만기가 있고, 보증금이 있고, 값이 반대로 가면 돈을 더 넣어야 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편을 읽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① 선물을 직접 하려고가 아닙니다. 개인이 원자재 선물을 직접 거래할 일은 대체로 없고, 이 트랙도 그걸 권하지 않습니다.
② 그런데 내가 산 ETF 안에 이미 선물이 들어 있습니다. 원유 ETF·천연가스 ETF·대부분의 원자재 ETF가 실물이 아니라 선물을 담고 있습니다. 선물의 성질을 모르면 내 ETF가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습니다.
⚠️ 미리 한 줄로 경고하면 — 선물은 손실이 내가 넣은 돈을 넘어설 수 있는 상품입니다. 주식은 최악이 0이지만 선물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3장에서 계산합니다.
그리고 균형을 위해 — 선물은 원래 도박 도구가 아니라 위험을 줄이려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농부가 수확 전에 값을 미리 확정하려고 쓰던 계약입니다. 1장에서 그 이야기부터 합니다.
투기 도구가 되기 전에 보험이었습니다.
붕어빵 가게를 하는 아저씨가 있다고 하자. 겨울에 붕어빵을 팔려면 밀가루가 필요해.
그런데 걱정이 있어. 겨울에 밀가루값이 확 오르면 어떡하지? 붕어빵 값은 이미 정해놨는데 재료값만 오르면 손해잖아.
그래서 여름에 미리 약속을 해. 「12월에 밀가루 100포대를 한 포대 3만원에 주세요」라고. 밀가루 농부도 좋아해. 「12월에 값이 떨어져도 나는 3만원 받겠네」 하고.
이게 선물이야. 둘 다 「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을 없앤 거지. 도박이 아니라 보험이었어.
그런데 여기 제3의 인물이 나타나. 붕어빵도 안 팔고 밀가루도 안 키우는 사람인데, 「12월에 밀가루값이 오를 것 같은데?」 하고 그 약속을 사는 거야. 값이 오르면 약속을 비싸게 되팔아서 돈을 벌려고.
지금 원자재 시장의 대부분이 이 세 번째 사람들이야. 그리고 우리가 원자재 ETF를 사면 우리도 그 사람이 되는 거야.
보증금만 걸고 몇십 배 크기를 움직입니다.
계약 하나가 얼마짜리이고, 얼마를 걸면 되는지입니다.
증거금 제도가 없으면 선물 시장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나오면 상대방이 고스란히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래소에는 「청산소」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모든 거래의 중간에 끼어들어 양쪽의 상대가 되어 줍니다. 내가 누구와 거래했는지 알 필요가 없어지고, 상대가 망해도 청산소가 보장합니다.
청산소가 그 보장을 감당하려면 담보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증거금이고, 매일 정산하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 손실이 쌓이기 전에 매일 털어내야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증거금은 「거래소가 나를 괴롭히는 규칙」이 아니라 「시장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장치」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이 장치가 없던 시장들이 크게 무너졌고, 선물 시장은 상대적으로 잘 버텼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거래소는 변동성이 커지면 증거금을 올립니다. 위험이 커졌으니 담보를 더 받는 것이고, 안전을 위해 당연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타이밍을 보세요. 가격이 크게 흔들려서 이미 손실이 난 바로 그때 증거금이 오릅니다. 그러면 더 넣거나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동시에 그렇게 됩니다. 돈을 못 넣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포지션을 정리하고, 그러면 가격이 더 크게 움직이고, 그러면 거래소가 증거금을 또 올립니다.
이 되먹임이 원자재 급등·급락의 마지막 국면을 만듭니다. 수급과 무관하게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이 강제로 정리하는 것」만으로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구간입니다.
여기서 개인이 얻을 교훈은 하나입니다 — 「증거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이 되먹임의 가장 약한 고리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여유를 크게 두면 레버리지가 낮아지고, 레버리지가 낮으면 애초에 선물을 쓸 이유가 줄어듭니다.
그 결론이 이 트랙의 입장입니다 — 개인은 선물을 직접 쓰지 않는 편이 낫고, 대신 ETF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하되, 그 ETF 안에서 벌어지는 일(06편)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선물과 현물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현물이면 그냥 평가손실이지만, 선물이면 돈을 더 넣으라는 연락이 옵니다.
선물에서 가장 억울한 실패가 이것입니다. 결국 가격은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갔는데, 그 전에 계좌가 비었습니다.
구조를 보면 당연합니다. 위 계산기에서 레버리지가 11배라면, 가격이 9%만 반대로 가도 내 돈이 전부 사라집니다. 그런데 원유가 한 달에 9% 움직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그래서 선물에서는 「맞히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버티려면 증거금을 훨씬 많이 넣어두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레버리지를 쓰는 의미가 사라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을 하나 짚습니다. 레버리지는 「수익을 키우는 도구」가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기간을 줄이는 도구」입니다.
같은 확신, 같은 방향, 같은 최종 결과인데도 레버리지가 높으면 지고 낮으면 이깁니다. 차이는 중간에 얼마나 흔들려도 살아남느냐뿐입니다.
이 구조는 원자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채권 트랙 09편의 레버리지 변동성 손실과 같은 이야기이고, 코인·주식의 신용거래도 똑같습니다. 자산이 무엇이든 레버리지의 성질은 하나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선물은 위험한 도박판」이라는 인상만 남을 수 있습니다. 균형을 맞추겠습니다.
① 선물이 없으면 실물 경제가 곤란해집니다. 항공사는 1년 뒤 기름값을 모르면 티켓 가격을 정할 수 없습니다. 농부는 수확기 곡물값을 모르면 얼마나 심을지 정할 수 없습니다. 선물은 이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② 「가격 발견」 기능이 있습니다. 만기별 선물 가격을 늘어놓으면 시장 전체가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가 드러납니다. 03편의 재고, 06편의 콘탱고를 읽는 것이 이 정보 덕분입니다.
③ 투기자도 필요합니다. 헤지하려는 사람들끼리만으로는 거래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지금 팔고 싶은 농부」와 「지금 사고 싶은 제빵사」가 같은 날 같은 양으로 나타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이 투기자입니다.
그래서 이 편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선물은 나쁘다」가 아니라 「선물은 개인 투자자가 쓸 도구가 아니다」입니다.
선물의 원래 값어치는 「가격을 확정한다」인데, 개인 투자자에게는 확정할 가격이 없습니다. 밀가루를 사야 할 일도, 원유를 팔아야 할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도구는 좋은데 내 용도가 아닌 것입니다.
⚠️ 그런데 여기서 이 트랙의 핵심 문제가 나옵니다 — 원자재 ETF를 사면 그 ETF가 대신 선물을 굴려줍니다. 마진콜의 위험은 없앤 대신, 다른 비용이 생깁니다. 그것이 06편의 롤 손실입니다.
그리고 그날 실제로 기름을 받아야 하는 계약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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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 결제 방식 |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 개인에게 의미 |
|---|---|---|---|
| WTI 원유 | 실물 인수 | 지정된 장소에서 실제 원유를 받아야 함 | 사실상 불가능 — 반드시 미리 정리 |
| 천연가스 | 실물 인수 | 파이프라인 지점에서 인수 | 동일 |
| 금·구리 | 실물 인수 | 지정 창고의 실물로 결제 | 동일 |
| 곡물 | 실물 인수 | 지정 창고에서 곡물 인수 | 동일 |
| 일부 지수·금융 선물 | 현금 정산 | 차액만 주고받고 종료 | 인수 문제 없음 |
← 표가 잘리면 옆으로 넘겨보세요 · 상품마다 다르며 거래소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2020년에 실제로 있었던 일. 코로나로 기름 수요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생산은 바로 멈출 수 없어 기름이 남았고, 저장 공간이 꽉 찼습니다.
만기가 다가오는데 실물을 받아야 하는 계약을 들고 있던 사람들은 곤란해졌습니다. 받을 곳이 없는데 받아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돈을 줄 테니 대신 가져가 달라」는 상황이 벌어졌고, WTI 근월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그때 원유 ETF를 들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습니다. 기름값이 마이너스가 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남길 교훈 — 선물 가격은 「그 물건의 값어치」가 아닙니다. 「그 날짜에 그것을 주고받을 약속의 값」입니다. 주고받는 것 자체가 곤란해지면 값이 이상해집니다. 「원유 ETF는 유가를 따라간다」는 전제가 무너지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내 ETF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기 위한 준비입니다.
이 편의 요약. 선물은 「미래의 어느 날에 이 값으로 주고받자」는 약속입니다. 그 약속에는 만기가 있고, 보증금이 있고, 매일 정산됩니다.
개인이 이걸 직접 할 이유는 거의 없습니다. 선물의 원래 값어치는 「가격을 확정한다」인데, 개인에게는 확정할 가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자재 ETF를 사면 그 안에서 이 일이 벌어집니다. ETF가 대신 선물을 사고, 만기가 오면 대신 갈아탑니다. 마진콜 걱정은 없어졌지만, 그 대신 갈아탈 때마다 조용히 새어나가는 비용이 생깁니다.
다음 편이 이 트랙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06편 — 콘탱고와 롤 손실. 현물이 +10% 올랐는데 내 ETF는 −8%인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계산합니다. 2023년에 미국 장기채 ETF를 샀는데 왜 계속 마이너스인가를 채권 트랙에서 풀었던 것처럼, 원자재 ETF의 같은 질문을 여기서 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