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는 물가에 강하다」 — 원자재를 권하는 거의 모든 글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이 편은 어느 절반이 맞고 어느 절반이 틀리는지를 나눕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습니다.
원자재가 물가를 막아주는 것은 「원자재가 물가 상승의 원인일 때」뿐입니다. 기름값이 올라서 물가가 오른 것이라면, 기름을 들고 있던 사람은 당연히 이깁니다. 동어반복에 가까울 만큼 당연합니다.
그런데 물가가 오르는 이유가 그것만이 아닙니다. 임금이 올라서, 집세가 올라서, 돈이 많이 풀려서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원자재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관비만큼 손해가 납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단순 모형) — 물가가 5% 올랐을 때, 공급발이면 원자재는 +15%라서 비용을 빼고도 실질 +6%입니다. 그런데 임금·서비스발이면 원자재는 +1%에 그쳐 실질 −8%가 됩니다. 같은 「물가 5%」인데 정반대입니다.
⚠️ 이 편의 모든 계수는 구조를 보기 위한 예시이며 실측치가 아닙니다.
같은 방향으로 같이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헤지」는 우산 같은 거야. 우산은 돈을 벌어다 주지 않아. 그냥 비가 올 때 안 젖게 해줄 뿐이지.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 「비」가 뭐냐에 따라 우산이 소용없을 수도 있거든.
하늘에서 비가 오면 우산이 딱 맞아. 그런데 바닥에서 물이 차오르면? 우산을 써도 발이 젖어. 우산이 나쁜 게 아니라, 이 비가 우산으로 막는 종류가 아닌 거야.
물가도 똑같아. 기름값이 올라서 물가가 오른 거면 기름을 갖고 있는 게 우산이 돼. 그런데 어른들 월급이 올라서 물가가 오른 거면? 기름을 갖고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
그리고 우산도 공짜가 아니야. 기름을 갖고 있으려면 매년 보관비를 내야 하거든(01·02편). 그래서 비가 안 오는 해에는 우산값만 나가는 거지.
| 자산 | 물가가 오를 때 | 평소에 주는 것 | 「우산」으로서의 성격 |
|---|---|---|---|
| 원자재 | 원인일 때만 크게 오름 | 없음 (오히려 보관비) | 특정 종류의 비에만 맞는 우산 |
| 물가연동채 | 정의상 따라감 | 실질 이자 | 가장 직접적인 우산 |
| 주식 | 초기엔 약함, 길게는 따라감 | 이익·배당 | 느리지만 스스로 자라는 우산 |
| 부동산 | 임대료가 시차를 두고 따라감 | 임대료 | 느린 우산, 대신 거래가 어려움 |
| 일반 채권 | 오히려 손해 | 고정 이자 | 비가 오면 젖는 쪽 |
| 현금 | 정확히 물가만큼 손해 | 이자 (있을 때) | 우산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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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자재는 그중 하나에만 강합니다.
같은 물가 상승률인데 결과가 정반대가 됩니다.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물가 바구니의 대부분은 원자재와 상관이 없습니다.
위 계산에서 원자재가 100% 올라도 물가 기여는 14%p 남짓입니다. 그런데 물가 상승률이 14%가 되는 일은 드뭅니다. 왜일까요.
① 원자재가 100% 오르는 일 자체가 드뭅니다. 전체 원자재 지수가 두 배가 되려면 에너지·금속·농산물이 동시에 올라야 합니다.
② 다른 항목이 동시에 내려가기도 합니다. 에너지가 비싸면 사람들이 다른 소비를 줄입니다. 그러면 그쪽 물가가 눌립니다.
③ 정책이 개입합니다. 금리를 올려 수요 전체를 눌러버립니다. 그러면 원자재 말고 나머지 80%가 식습니다.
③이 특히 중요합니다. 중앙은행은 원자재 가격을 내릴 수 없습니다. 기름을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나머지를 눌러서 전체 물가를 맞춥니다.
그 결과가 원자재 투자자에게 잔인합니다 —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꺾이면 원자재 수요도 결국 꺾입니다. 물가를 잡으려는 정책이 내 원자재 투자를 죽이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물가가 높으니 원자재」라는 논리에는 한 단계가 빠져 있습니다 — 「그 물가에 정책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입니다.
01편에서 「장기 실질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 경향」을 언급했습니다. 여기서 인플레 헤지 주장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둘 다 성립할 수는 없습니다. 물가를 계속 이긴다면 실질가격이 계속 올라야 하는데, 실질가격이 제자리라면 딱 물가만큼만 오른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딱 물가만큼」이면 투자자에게는 손해입니다. 보관비와 롤 손실이 그 위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2장 계산기의 통화발·임금발 칸이 정확히 그 상황입니다.
그럼 이 편은 「원자재는 인플레 헤지가 안 된다」로 끝나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구분이 필요합니다.
· 「장기적으로 물가를 이기는 자산」으로서 → 근거가 약합니다. 그 목적이라면 물가연동채나 주식이 낫습니다.
· 「특정 국면에서 급격한 물가 충격을 막는 보험」으로서 → 여기는 실제 값어치가 있습니다. 공급발 충격이 왔을 때 다른 자산이 전부 무너지는데 이것만 오르는 국면이 있습니다.
이 구분이 비중을 정합니다 — 「장기 수익원」이면 크게 담아야 하지만, 「특정 국면의 보험」이면 작게 담아야 합니다. 보험료는 작게 내는 것이니까요. 10편의 결론이 여기서 나옵니다.
순서가 원자재 → 물가이지, 물가 → 원자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인플레 국면인데 진입 시점만 다릅니다.
물가 지표는 소비자가 실제로 낸 값을 모아서 만듭니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이 소비자 가격이 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원유 가격 상승 → 정유사 원가 상승 → 주유소 가격 상승 → 운송비 상승 → 상품 가격 상승 → 물가 지표 반영. 각 단계마다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립니다.
게다가 물가 지표 자체가 늦게 나옵니다. 한 달치 물가는 다음 달에 발표됩니다. 「지난달 물가가 높았다」는 뉴스를 볼 때, 원자재 시장은 이미 몇 달 전에 그 정보를 반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 물가 지표가 정점을 찍는 시점에 원자재는 이미 내려가고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뉴스가 가장 무서울 때 시장은 이미 반대로 가는 것입니다.
⚠️ 그렇다고 「그러니 먼저 사면 되겠다」도 아닙니다. 먼저 산다는 것은 「인플레가 올 것을 미리 안다」는 뜻인데, 그걸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현실적인 결론은 하나뿐입니다 — 「인플레가 올 것 같아서 지금 산다」는 타이밍 전략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인플레가 언제 올지 모르니 평소에 조금 들고 있는다」는 보험 전략은 성립합니다. 둘은 완전히 다른 행동이고, 비중과 진입 방식이 다릅니다(10편).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달러 기준입니다. 그런데 한국에 살면서 원화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환율이 끼어듭니다.
다행인 쪽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가 오면 원화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달러 자산인 원자재의 원화 환산 가치가 올라갑니다. 이중 방어가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반대로도 작동합니다. 세계 경기가 좋아 원화가 강해지는 국면에서는, 원자재가 달러로 올라도 원화로는 덜 오르거나 오히려 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물가는 미국 물가와 다릅니다. 한국은 에너지와 식량을 거의 다 수입합니다. 그래서 원자재 가격이 한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국보다 큽니다. 3장 계산기의 전가율이 한국에서는 더 높다고 보면 됩니다.
정리하면 — 한국 거주자에게 원자재의 인플레 방어 효과는 미국 거주자보다 조금 더 큽니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위기에 원화가 약해지는 경향까지 겹치기 때문입니다.
⚠️ 다만 「조금 더 크다」이지 「확실하다」가 아닙니다. 그리고 보관비·롤 손실은 똑같이 나갑니다. 08편에서 환헤지 여부를 함께 다룹니다.
「인플레 헤지」라는 말을 쪼개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편의 요약. 「원자재는 인플레에 강하다」는 문장이 너무 짧아서 틀립니다. 정확히 쓰면 「원자재는 원자재발 인플레에 강하다」입니다. 그리고 그건 거의 동어반복입니다.
그런데 그 동어반복이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무너지는 국면이 실제로 있고, 그 국면이 대체로 공급발 물가 충격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이것만 오릅니다.
그래서 이 편의 결론은 방향이 아니라 크기입니다 — 「담을까 말까」가 아니라 「보험으로서 얼마나」입니다. 보험은 작게 드는 것이고, 보험료(보관비·롤 손실)를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드는 것입니다.
다음 편부터가 이 트랙의 핵심 구간입니다. 05편 — 선물이라는 물건. 원자재를 산다는 것이 실제로는 「미래에 받기로 한 약속」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06편에서 그 약속을 갈아탈 때 돈이 새어나가는 구조를 계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