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03 · 수급 · 투자 공부 노트

재고와
생산원가

주식에는 실적이 있고 부동산에는 임대료가 있습니다. 원자재에는 둘 다 없습니다. 대신 재고와 생산원가가 있습니다. 가격이 어디서 폭발하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정하는 두 숫자입니다.

이 편의 두 문장입니다.

① 재고가 탄력성을 만듭니다. 02편에서 「수요가 완고할수록 크게 튄다」고 했는데, 그 완고함을 정하는 것이 재고입니다. 재고가 넉넉하면 공급 차질을 흡수하고, 바닥나 있으면 같은 차질이 몇 배로 터집니다. 같은 공급 −5%인데 재고 120일이면 +17%, 재고 10일이면 +200%입니다.

② 가격을 정하는 것은 「평균 원가」가 아니라 「가장 비싼 생산자의 원가」입니다. 수요를 겨우 채우는 마지막 한 통을 누가 만드느냐가 가격이 됩니다. 그래서 수요가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계단처럼 뛸 수 있습니다.

⚠️ 다만 이 편의 계산은 전부 단순 모형입니다. 예측 도구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나」를 설명하는 틀로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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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지표

PER이 없는 자산은 무엇을 보나

세 가지입니다 — 재고 · 원가 · 정책.

🧒 아이 눈높이

주식은 「이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버나」를 보면 비싼지 싼지 짐작할 수 있어. 집은 「월세를 얼마 받나」를 보면 돼.

그런데 기름은 돈을 벌어다 주지 않아. 그럼 「지금 기름값이 비싼가 싼가」는 어떻게 알까?

첫째, 창고를 봐. 창고에 기름이 가득하면 남는다는 뜻이고, 텅 비어 있으면 모자란다는 뜻이야. 창고가 비어 있을 때 사고가 나면 값이 폭발해.

둘째, 만드는 데 얼마 드는지를 봐. 만드는 데 5만원 드는 걸 3만원에 팔면 계속 만들 수가 없어. 그래서 값이 원가 아래로 오래 머무르기는 어려워.

셋째, 나라들이 뭘 하는지 봐. 산유국이 「덜 캐자」고 정하면 값이 오르고, 어떤 나라가 「수출 안 해」라고 하면 값이 뛰어.

이 셋이 원자재의 「실적 발표」야.

① 재고

지금 창고에 얼마나 있나
주간·월간으로 공개됩니다. 원유·천연가스·곡물·구리 모두 발표가 있습니다.

「재고 일수」로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 양이 아니라 「며칠 버틸 수 있나」입니다.

② 생산원가

만드는 데 얼마나 드나
가격이 여기 아래로 가면 생산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바닥 역할을 합니다.

단 바닥이 두 개입니다 — 현금원가(즉시 반응)와 전체원가(몇 년 뒤 반응). 4장에서 나눕니다.

③ 정책

누가 무엇을 정하나
산유국 감산·증산, 수출 규제, 전략비축유 방출, 환경 규제가 공급을 직접 바꿉니다.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요소이고, 가장 크게 움직이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 편의 첫 문장
원자재의 실적 발표는
창고 재고 숫자입니다.

02 · 재고

재고가 완고함을 만듭니다

02편의 「탄력성」이 어디서 나오는지의 답입니다.

INVENTORY · 재고가 적을수록 같은 사고가 크게 터집니다

공급 차질은 그대로 두고 재고만 바꿔보세요.

60일 (정상)
−5%
유효 탄력성—
가격 반응—
재고
—

계산 기준. 유효 탄력성 = 기본 탄력성(0.15) × (재고 일수 ÷ 정상 재고 60일), 그리고 가격 반응 = 공급 차질 ÷ 유효 탄력성입니다.

왜 이렇게 두나 — 재고가 많으면 「당장 안 사도 된다」가 성립합니다. 그래서 수요가 유연해집니다. 반대로 재고가 없으면 「지금 당장 사야 한다」가 되어 얼마를 줘서라도 삽니다.

⚠️ 매우 단순화한 모형입니다. 실제 탄력성은 재고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기본값 0.15와 정상 재고 60일도 임의로 잡은 수치입니다. 숫자 자체가 아니라 「방향과 크기의 감각」만 가져가면 됩니다.

그래서 재고 발표에 가격이 크게 움직입니다

원자재 뉴스를 보면 「주간 재고가 예상보다 늘어 유가 하락」 같은 문장이 반복됩니다. 왜 그 숫자 하나에 가격이 몇 %씩 움직일까요.

두 가지가 동시에 바뀌기 때문입니다.

① 수급의 방향을 알려줍니다. 재고가 늘었다는 것은 「생산이 소비보다 많았다」는 뜻입니다. 생산량과 소비량을 직접 세는 것보다 재고 변화를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② 앞으로의 민감도를 바꿉니다. 위 계산기가 보여준 것입니다. 재고가 줄면 다음 사고가 터졌을 때의 반응 크기가 커집니다. 지금 가격뿐 아니라 미래의 위험까지 바뀝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 공급 차질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재고가 계속 줄어든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완충 장치가 얇아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실전에서 볼 것 — 절대량보다 「평년 대비」와 「추세」입니다. 재고 발표는 대개 「5년 평균 대비 몇 %」 형태로 함께 나옵니다.

재고를 볼 수 없는 원자재도 많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재고를 확인하면 되겠네」 싶지만, 확인할 수 있는 품목이 제한적입니다.

· 잘 보이는 것 — 원유·천연가스(미국 주간 발표), 구리·알루미늄(거래소 창고 재고 공개), 곡물(정기 수급 전망).
· 잘 안 보이는 것 — 중국이 얼마나 쌓아뒀는지는 대체로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세계 소비의 큰 몫을 차지하는 품목이 많습니다.
· 거래소 밖 재고 — 공개되는 것은 거래소 창고뿐이고, 기업이 자체 보유한 재고는 안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오해가 생깁니다 — 「거래소 재고가 역대 최저」라는 뉴스가 나오는데 가격은 안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래소 밖에 쌓여 있었던 것입니다.

⚠️ 개인 투자자에게 현실적인 결론 — 재고 숫자로 남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전업으로 이것만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신 이렇게 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지금 이 시장이 완충 장치가 두꺼운 상태인가 얇은 상태인가」를 아는 용도입니다. 얇은 상태라면 내 비중을 줄일 이유가 됩니다. 맞히는 데 쓰는 게 아니라 크기를 정하는 데 쓰는 것입니다.


03 · 원가

마지막 한 통을 누가 만드나

가격을 정하는 것은 평균 원가가 아니라 가장 비싼 생산자의 원가입니다.

COST CURVE · 수요를 움직여보세요

싼 곳부터 차례로 켜지고, 수요를 겨우 채우는 마지막 생산자의 원가가 가격이 됩니다.

70
시장 가격—
한계 생산자—
원가 곡선
—

⚠️ 여기 원가와 생산량은 구조를 보기 위한 예시이며 실제 수치가 아닙니다. 실제 원가는 유가·환율·기술에 따라 계속 변합니다.

계산 기준. 생산자를 원가가 싼 순서로 세우고, 누적 생산량이 수요에 처음 닿는 생산자의 원가를 가격으로 잡았습니다. 경제학에서 「한계비용」이라 부르는 개념입니다.

실제로는 더 복잡합니다 — 장기 계약, 운송비, 품질 차이, 정치적 이유로 원가와 무관하게 생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04 · 범위

바닥은 두 개, 천장은 하나

그리고 어느 쪽도 단단하지 않습니다.

BAND · 지금 가격을 움직여보세요

가격이 어느 구간에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일이 다릅니다.

$70
$35
$55
지금 구간—
시간이 지나면—
구간
—

용어. 현금원가는 「이미 지은 시설로 계속 캐는 데 드는 돈」입니다. 전체원가는 여기에 「시설을 짓는 데 든 돈까지 회수하는」 수준입니다.

왜 둘을 나누나 — 이미 지은 유전은 값이 전체원가 밑이어도 계속 캡니다. 세워두면 더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 짓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공급이 줄어드는 데 몇 년이 걸립니다.

⚠️ 천장은 바닥보다 훨씬 흐릿합니다. 「이 값이면 사람들이 안 쓴다」는 수준이 있긴 하지만, 그게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천장을 믿고 공매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원가 아래니까 싸다」가 틀리는 경우

원자재 이야기에서 「지금 생산원가 밑이니까 더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봅니다. 구조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투자 판단으로 쓰기에는 구멍이 많습니다.

① 「얼마나 오래」가 빠져 있습니다. 원가 아래에서 몇 년을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는 보관비·롤 손실을 계속 냅니다(02편). 결국 오르더라도 내가 못 버티면 소용없습니다.

② 원가 자체가 내려갑니다. 가격이 낮으면 생산자들은 비용을 깎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을 올리고, 비싼 광구를 닫고 싼 곳에만 집중합니다. 몇 년 뒤 원가 곡선 자체가 아래로 내려가 있습니다.

③ 환율이 원가를 바꿉니다. 원가를 자국 통화로 쓰는 생산자는 자국 통화가 약해지면 달러 기준 원가가 저절로 떨어집니다. 달러 가격이 낮아도 그들은 여전히 이익일 수 있습니다.

④ 「원가」가 하나가 아닙니다. 위 계산기가 보여준 대로 현금원가와 전체원가가 다르고, 생산자마다도 다릅니다. 「생산원가 $55」라는 뉴스의 숫자가 어느 원가인지가 결론을 바꿉니다.

그래서 이렇게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 「원가 밑이니 반드시 오른다」 → 쓰지 않습니다.
· 「원가 밑이니 여기서 더 크게 빠질 확률은 위쪽보다 낮아 보인다」 →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 그리고 그마저도 「내가 몇 년을 버틸 수 있나」와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 「원가 대비 너무 비싸니 떨어진다」도 같은 이유로 위험합니다. 비싼 상태가 몇 년 갈 수 있고, 공매도나 인버스는 그 사이에 청산당합니다(05·09편).

수요 파괴 — 유일한 천장

바닥은 생산자가 만듭니다. 그렇다면 천장은 누가 만들까요. 소비자입니다.

가격이 충분히 오르면 결국 수요가 줄어듭니다. 이것을 「수요 파괴」라고 부릅니다. 02편에서 본 대로 단기에는 거의 안 줄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응합니다.

· 즉시 — 덜 쓰기. 난방 온도를 낮추고, 운전을 줄입니다. 효과가 작습니다.
· 몇 달~1년 — 대체하기. 다른 연료로 바꾸고, 다른 재료를 씁니다.
· 몇 년 — 구조를 바꾸기. 효율이 높은 설비로 교체하고, 아예 다른 기술로 넘어갑니다.
· 그리고 경기 침체 — 가격이 너무 높으면 경제 전체가 위축되고, 그러면 수요가 크게 줍니다.

여기 원자재의 잔인한 성질이 있습니다 — 가격이 높으면 그 자체가 수요를 죽입니다. 그리고 수요가 죽은 뒤에는 공급이 남습니다. ①에서 뒤늦게 투자한 물량이 그때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자재 급등의 끝은 대체로 급락입니다. 주식처럼 「높은 곳에서 안정되는」 일이 잘 없습니다.

⚠️ 그런데 「그러니 고점에서 팔면 되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고점이 어디인지는 지나야 알 수 있고, 그 전에 가격은 「말이 안 되는 수준」까지 갈 수 있습니다. 맞히려 하지 말고 비중으로 관리하는 것이 이 트랙의 일관된 입장입니다(10편).


05 · 정리

이 편에서 남길 것

원자재의 가격표를 읽는 법입니다.

0 / 10 확인함

이 편의 요약. 원자재 가격은 「재고라는 완충 장치」와 「원가라는 바닥」 사이에서 움직입니다. 완충이 두꺼우면 조용하고, 얇아지면 폭발적입니다. 그리고 바닥은 있지만 천장은 없습니다.

이 비대칭이 원자재의 성격을 정합니다 — 아래로는 원가가 어느 정도 받쳐주지만, 위로는 얼마까지 갈지 모릅니다. 그래서 급등이 급락보다 극적입니다.

⚠️ 그런데 그 비대칭이 내 수익률의 비대칭은 아닙니다. 01·02편에서 본 보관비와 롤 손실이 매년 나를 깎기 때문입니다. 가격의 비대칭은 위쪽이 유리하지만, 비용의 비대칭은 나에게 불리합니다. 둘을 합쳐야 실제 결과가 나옵니다 — 06편에서 계산합니다.

다음 편은 04편 — 인플레이션 헤지라는 말의 진실입니다. 「원자재는 물가에 강하다」는 말이 언제 맞고 언제 완전히 틀리는지를 나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