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는 실적이 있고 부동산에는 임대료가 있습니다. 원자재에는 둘 다 없습니다. 대신 재고와 생산원가가 있습니다. 가격이 어디서 폭발하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정하는 두 숫자입니다.
이 편의 두 문장입니다.
① 재고가 탄력성을 만듭니다. 02편에서 「수요가 완고할수록 크게 튄다」고 했는데, 그 완고함을 정하는 것이 재고입니다. 재고가 넉넉하면 공급 차질을 흡수하고, 바닥나 있으면 같은 차질이 몇 배로 터집니다. 같은 공급 −5%인데 재고 120일이면 +17%, 재고 10일이면 +200%입니다.
② 가격을 정하는 것은 「평균 원가」가 아니라 「가장 비싼 생산자의 원가」입니다. 수요를 겨우 채우는 마지막 한 통을 누가 만드느냐가 가격이 됩니다. 그래서 수요가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계단처럼 뛸 수 있습니다.
⚠️ 다만 이 편의 계산은 전부 단순 모형입니다. 예측 도구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나」를 설명하는 틀로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세 가지입니다 — 재고 · 원가 · 정책.
주식은 「이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버나」를 보면 비싼지 싼지 짐작할 수 있어. 집은 「월세를 얼마 받나」를 보면 돼.
그런데 기름은 돈을 벌어다 주지 않아. 그럼 「지금 기름값이 비싼가 싼가」는 어떻게 알까?
첫째, 창고를 봐. 창고에 기름이 가득하면 남는다는 뜻이고, 텅 비어 있으면 모자란다는 뜻이야. 창고가 비어 있을 때 사고가 나면 값이 폭발해.
둘째, 만드는 데 얼마 드는지를 봐. 만드는 데 5만원 드는 걸 3만원에 팔면 계속 만들 수가 없어. 그래서 값이 원가 아래로 오래 머무르기는 어려워.
셋째, 나라들이 뭘 하는지 봐. 산유국이 「덜 캐자」고 정하면 값이 오르고, 어떤 나라가 「수출 안 해」라고 하면 값이 뛰어.
이 셋이 원자재의 「실적 발표」야.
02편의 「탄력성」이 어디서 나오는지의 답입니다.
공급 차질은 그대로 두고 재고만 바꿔보세요.
원자재 뉴스를 보면 「주간 재고가 예상보다 늘어 유가 하락」 같은 문장이 반복됩니다. 왜 그 숫자 하나에 가격이 몇 %씩 움직일까요.
두 가지가 동시에 바뀌기 때문입니다.
① 수급의 방향을 알려줍니다. 재고가 늘었다는 것은 「생산이 소비보다 많았다」는 뜻입니다. 생산량과 소비량을 직접 세는 것보다 재고 변화를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② 앞으로의 민감도를 바꿉니다. 위 계산기가 보여준 것입니다. 재고가 줄면 다음 사고가 터졌을 때의 반응 크기가 커집니다. 지금 가격뿐 아니라 미래의 위험까지 바뀝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 공급 차질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재고가 계속 줄어든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완충 장치가 얇아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실전에서 볼 것 — 절대량보다 「평년 대비」와 「추세」입니다. 재고 발표는 대개 「5년 평균 대비 몇 %」 형태로 함께 나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재고를 확인하면 되겠네」 싶지만, 확인할 수 있는 품목이 제한적입니다.
· 잘 보이는 것 — 원유·천연가스(미국 주간 발표), 구리·알루미늄(거래소 창고 재고 공개), 곡물(정기 수급 전망).
· 잘 안 보이는 것 — 중국이 얼마나 쌓아뒀는지는 대체로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세계 소비의 큰 몫을 차지하는 품목이 많습니다.
· 거래소 밖 재고 — 공개되는 것은 거래소 창고뿐이고, 기업이 자체 보유한 재고는 안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오해가 생깁니다 — 「거래소 재고가 역대 최저」라는 뉴스가 나오는데 가격은 안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래소 밖에 쌓여 있었던 것입니다.
⚠️ 개인 투자자에게 현실적인 결론 — 재고 숫자로 남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전업으로 이것만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신 이렇게 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지금 이 시장이 완충 장치가 두꺼운 상태인가 얇은 상태인가」를 아는 용도입니다. 얇은 상태라면 내 비중을 줄일 이유가 됩니다. 맞히는 데 쓰는 게 아니라 크기를 정하는 데 쓰는 것입니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평균 원가가 아니라 가장 비싼 생산자의 원가입니다.
싼 곳부터 차례로 켜지고, 수요를 겨우 채우는 마지막 생산자의 원가가 가격이 됩니다.
그리고 어느 쪽도 단단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어느 구간에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일이 다릅니다.
원자재 이야기에서 「지금 생산원가 밑이니까 더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봅니다. 구조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투자 판단으로 쓰기에는 구멍이 많습니다.
① 「얼마나 오래」가 빠져 있습니다. 원가 아래에서 몇 년을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는 보관비·롤 손실을 계속 냅니다(02편). 결국 오르더라도 내가 못 버티면 소용없습니다.
② 원가 자체가 내려갑니다. 가격이 낮으면 생산자들은 비용을 깎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을 올리고, 비싼 광구를 닫고 싼 곳에만 집중합니다. 몇 년 뒤 원가 곡선 자체가 아래로 내려가 있습니다.
③ 환율이 원가를 바꿉니다. 원가를 자국 통화로 쓰는 생산자는 자국 통화가 약해지면 달러 기준 원가가 저절로 떨어집니다. 달러 가격이 낮아도 그들은 여전히 이익일 수 있습니다.
④ 「원가」가 하나가 아닙니다. 위 계산기가 보여준 대로 현금원가와 전체원가가 다르고, 생산자마다도 다릅니다. 「생산원가 $55」라는 뉴스의 숫자가 어느 원가인지가 결론을 바꿉니다.
그래서 이렇게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 「원가 밑이니 반드시 오른다」 → 쓰지 않습니다.
· 「원가 밑이니 여기서 더 크게 빠질 확률은 위쪽보다 낮아 보인다」 →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 그리고 그마저도 「내가 몇 년을 버틸 수 있나」와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 「원가 대비 너무 비싸니 떨어진다」도 같은 이유로 위험합니다. 비싼 상태가 몇 년 갈 수 있고, 공매도나 인버스는 그 사이에 청산당합니다(05·09편).
바닥은 생산자가 만듭니다. 그렇다면 천장은 누가 만들까요. 소비자입니다.
가격이 충분히 오르면 결국 수요가 줄어듭니다. 이것을 「수요 파괴」라고 부릅니다. 02편에서 본 대로 단기에는 거의 안 줄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응합니다.
· 즉시 — 덜 쓰기. 난방 온도를 낮추고, 운전을 줄입니다. 효과가 작습니다.
· 몇 달~1년 — 대체하기. 다른 연료로 바꾸고, 다른 재료를 씁니다.
· 몇 년 — 구조를 바꾸기. 효율이 높은 설비로 교체하고, 아예 다른 기술로 넘어갑니다.
· 그리고 경기 침체 — 가격이 너무 높으면 경제 전체가 위축되고, 그러면 수요가 크게 줍니다.
여기 원자재의 잔인한 성질이 있습니다 — 가격이 높으면 그 자체가 수요를 죽입니다. 그리고 수요가 죽은 뒤에는 공급이 남습니다. ①에서 뒤늦게 투자한 물량이 그때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자재 급등의 끝은 대체로 급락입니다. 주식처럼 「높은 곳에서 안정되는」 일이 잘 없습니다.
⚠️ 그런데 「그러니 고점에서 팔면 되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고점이 어디인지는 지나야 알 수 있고, 그 전에 가격은 「말이 안 되는 수준」까지 갈 수 있습니다. 맞히려 하지 말고 비중으로 관리하는 것이 이 트랙의 일관된 입장입니다(10편).
원자재의 가격표를 읽는 법입니다.
이 편의 요약. 원자재 가격은 「재고라는 완충 장치」와 「원가라는 바닥」 사이에서 움직입니다. 완충이 두꺼우면 조용하고, 얇아지면 폭발적입니다. 그리고 바닥은 있지만 천장은 없습니다.
이 비대칭이 원자재의 성격을 정합니다 — 아래로는 원가가 어느 정도 받쳐주지만, 위로는 얼마까지 갈지 모릅니다. 그래서 급등이 급락보다 극적입니다.
⚠️ 그런데 그 비대칭이 내 수익률의 비대칭은 아닙니다. 01·02편에서 본 보관비와 롤 손실이 매년 나를 깎기 때문입니다. 가격의 비대칭은 위쪽이 유리하지만, 비용의 비대칭은 나에게 불리합니다. 둘을 합쳐야 실제 결과가 나옵니다 — 06편에서 계산합니다.
다음 편은 04편 — 인플레이션 헤지라는 말의 진실입니다. 「원자재는 물가에 강하다」는 말이 언제 맞고 언제 완전히 틀리는지를 나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