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진공 속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금리, 전쟁, 흉작,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까지 — 이 편은 거시적인 사건들이 어떤 경로로 자산 가격에 도달하는지를 역사적 사례와 함께 정리합니다.
이 편의 핵심 도구는 「투자의 사계절」 — 경제 성장과 물가라는 두 축의 조합으로 어느 자산군이 유리한 국면인지 가늠하는 틀입니다. 04편(금리·거시지표)과 09편(역사와 사이클)을 이미 읽었다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옷을 계절에 맞춰 입듯, 포트폴리오도 경제 계절에 맞춰 구성한다는 발상입니다.
날씨를 「덥다/춥다」와 「비 온다/맑다」 두 가지로 나누면 네 가지 조합이 나오지? 「덥고 맑음」엔 반팔, 「춥고 비옴」엔 우비 달린 패딩이 필요하잖아.
경제도 「성장이 좋다/나쁘다」와 「물가가 오른다/안정적이다」로 나누면 네 계절이 나와. 계절마다 잘 맞는 자산(옷)이 달라.
성장과 물가 지표는 발표 자체가 한두 달씩 늦게 나오고(macro-guide 01편 「서프라이즈」 개념), 그마저도 나중에 수정됩니다. 그래서 「지금이 봄인지 여름인지」는 몇 달이 지나서야 확실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라기보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정리해 「내 포트폴리오가 지금 계절에 맞게 짜여 있는가」를 점검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달러 강세가 신흥국에 부채 부담 증가로 그대로 전이되는 구조입니다.
신흥국 정부·기업이 달러로 100(기준)만큼 빚을 지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여러 원인이 겹쳤지만, 태국·한국 등이 달러 표시 단기 부채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상태에서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며 통화 가치가 폭락한 것이 핵심 축 중 하나였습니다.
2013년 「테이퍼 탄트럼」은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를 줄이겠다(테이퍼링)고 시사하자,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며 신흥국 통화·주식이 동반 급락한 사건입니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대서양·태평양 건너 신흥국 시장까지 즉각 전이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 사례입니다.
수요가 아니라 「공급 자체가 갑자기 줄어드는」 종류의 인플레이션입니다.
| 시기(대략) | 사건 | 경로 |
|---|---|---|
| 1973, 1979 | 1·2차 오일쇼크 | 중동발 원유 공급 축소 → 유가 급등 → 전방위 물가 상승(스태그플레이션) → 주식·채권 동반 부진 |
| 2020~2021 | 코로나19 공급망 충격 | 공장 셧다운·물류 정체 → 부품·원자재 부족 → 인플레이션 압력 누적 |
| 2022~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천연가스·원유·곡물(밀·옥수수) 주요 수출국의 공급 차질 →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 → 유럽 중심 인플레이션 압박 |
← 공급충격형 인플레이션의 원리는 산업·섹터 트랙 08편과 같은 구조입니다
왜 이런 충격이 특히 다루기 어려운가.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누르는 도구는 갖고 있지만, 전쟁이나 흉작으로 줄어든 「공급」 자체를 되돌리는 도구는 없습니다. 그래서 공급충격형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성장은 둔화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쉽고, 이는 앞서 본 사계절 중 가장 다루기 어려운 계절로 꼽힙니다.
신흥국은 미국의 금리(자금 조달 비용)와 중국의 성장(수요처), 두 힘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앞서 본 것처럼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압력이 생깁니다. 동시에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원자재·부품을 중국에 수출하던 신흥국(호주, 브라질, 동남아 국가 등)은 수요처를 잃는 이중의 타격을 받습니다.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은 이 구도를 잘 보여줍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의 대미 수출과 성장세가 둔화됐고, 중국에 원자재·중간재를 공급하던 여러 신흥국의 수출도 함께 흔들렸습니다. 두 강대국의 정책 결정이 제3국의 경제에 직접 파급되는 구조입니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공급망에서 분리되려는(디커플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인도, 멕시코처럼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부상하는 신흥국이 있는 반면, 기존에 중국 중심 공급망에 깊이 편입되어 있던 국가는 재편의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중 관계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이게 어느 신흥국에 유리하고 불리한가」를 함께 물어보는 습관이 산업·섹터 트랙 09편에서 다룬 국가별 산업구조 이해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자산군간 상관관계는 고정된 물리 법칙이 아니라 「그 시기의 인플레이션 체제」에 달려 있습니다.
←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평상시 경향」의 예시입니다. 실제 상관계수는 기간에 따라 크게 바뀝니다
2022년은 이 「평상시 공식」이 깨진 대표적인 해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자, 평소라면 반대로 움직여야 할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급락했습니다. 금리 상승이라는 하나의 원인이 주식(할인율 상승 → 밸류에이션 하락)과 채권(가격이 금리와 반대로 움직임) 모두에 동시에 나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 「주식과 채권을 섞으면 항상 분산된다」는 가정에 기대어 포트폴리오를 짜면, 인플레이션 충격 국면에서는 그 가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짜 분산을 원한다면 「국면이 바뀌어도 상관관계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자산(원자재, 일부 대안자산)」을 함께 고려하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 원자재 트랙 10편에서 다룬 분산 원리와 이어집니다.
이 편의 요약. 자산 가격은 성장·물가 조합(사계절), 금리를 통한 신흥국 전이, 전쟁·기근 같은 공급충격,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국면에 따라 바뀌는 자산군 상관관계라는 거시적인 힘들에 영향을 받습니다.
이 편의 도구들은 예측이 아니라 「지금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는지 이름 붙이는 지도」로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